어느 날, 외면받고 소외되어 무리에 섞이지 못한 한 고독한 인어에게 인어공주가 찾아왔습니다. 비슷한 처지였던 인어공주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어공주가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육지로 모험하는 꿈을 꾸게 되자 그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마녀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존재가 되면, 언젠간 공주와 함께 같은 세상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 …. “고토 씨, 대본은 어때?” 스태프가 말을 걸자 나기야는 흠칫하고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 네. 좋은 것 같아요. 캐릭터는 색다른데, 기존 동화와 다른 점은 결국 없어서 이해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고토 씨도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이네. 피닉스 원더랜드의 홍보 공연으로 테마가 화젯거리가 되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기존 극들과의 차별점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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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pic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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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장르 작업
[프로세카 드림] 동경하는 인어공주를 향해 마녀는 손을 뻗고
소설/장르 작업
[프로세카 드림] 그러니 언젠가는….
피크타임의 마지막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흔들거리다 곧 완전히 닫혔다. 그랬구나, 라는 걸 메루가 알아차리는 건 그로부터 몇십 분이 더 흐른 뒤였다. 설거지 할 시간도 없이 테이블을 치우고, 사이사이 들어온 테이크아웃 주문을 맞추는 데에도 정신이 없던 탓이었다. “멜쨩!” 함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한 사키가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로 그를 두 번이나 부른 뒤에야 메루는 더이상 손님이 없는 홀을 볼 수 있었다. 얼굴에서 물음표를 바로 지우지 못한 메루를 보며 사키는 밝은 표정으로 키득키득 웃었다. 친구의 그 표정이 단순히 아르바이트가 너무 바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직업 삼고 싶은 일이기에 최선을 다하느라 나온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크타임 ..
소설/장르 작업
[LOL 드림] A small moonbeam
그 루나리는 몹시 기이했다. 아펠리오스는 자신이 루나리를 발견한 게 맞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이제껏 죽여 온 수많은 이방인들과 꼭 닮아 있던 탓이었다. 그래서 그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고, 달빛만이 인도하는 어둑한 산길 속에서 발걸음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멈춘 채 우뚝 섰다. 무엇보다 이 느낌이 그옛날 ‘그 이방인’을 죽였을 때 느꼈던 감정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 컸다. 그 때 아펠리오스는 단순히 죄책감이 유독 크게 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밖에 다른 이유가 존재할 까닭도, 원인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어쩌면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하여 아펠리오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자신과 연결된 하나뿐인 그의 쌍둥이 누이를 생각했다. 누이, 너도 느끼고 ..
소설/OC 작업
수취인 불명
세상은 까맣습니다. 셀 수 없는 별들이 흩어진 낱알처럼, 누군가 실수로 엎지른 설탕처럼, 햇빛 아래 반짝이는 모래처럼 머물러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해라 부를 만한 별이 떠오르고, 달이라 부를 만한 별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 응시하면서도 저는 그 너머 검은 공간에 시선을 두며 밤과 어둠만을 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이라 칭할 만한 모든 것, 저의 팔다리와 저라는 개체의 존재감이 그 속에 섞여드는 것을 느낍니다. 존재가 희미해지는 느낌은 떫은 맛이 납니다. 씁쓸하고, 초라합니다. 그런데도 뱉어내기 보다는 이대로 인내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아마 그것이 모든 개체와 존재의 처음 형태이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요, 당신의 미메시스가 그걸 증명하니까요. 늘 당신에게 배..
소설/장르 작업
[나이트워커 드림] A Confiteor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빛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S.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 생각합니까. 나는 결코 그 양이 많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의 생과 우리의 존재가 증명하는 명제이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리석은 질문이 떠오른 나를 당신은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 내 꿈과 지옥에 항시 거주하는 당신이라면 그 청년을 보지 않았습니까. 나의 그림자 속에 한 움큼 손을 집어넣어 나를 헤집고, 낯선 색채와 빛깔로 이뤄진 세상을 집어넣은 그 자를. 당신이 보았듯, 그와 만난 이래로 내 삶은 줄곧 혼돈이었습니다. 괴로움이 소용돌이치는가 하면 생전 접해보지 못했던 쾌락이 용솟음쳤습니다. 스스로 내뱉는 호흡이 이질적이었으며, 들이마셔 삼키는 타인의 호흡은 또 얼마나 기괴했던지. 그와 함..
소설/장르 작업
[소울이터/크로마카] Aftermoon
크로나는 어디도 외출하려 하지 않았다. 마카가 인적이 드문 밤에 단 둘이 하는 산책을 제안해도 마찬가지였다. 크로나가 본래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정이 아니었으므로 그것 자체는 걱정할 게 되지 않았다. 마카가 걱정한 건, 크로나가 두 발로 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신의 상태를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점이었다. 그또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최후의 월면 전쟁이 있기 전까지, 새까만 달 안에서 크로나는 철저하게 혼자였고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지 마카가 알 방법이 없었으니까. 마카가 시무룩해지는 지점도, 마음에 들어할 수 없는 것도, 미안해지는 지점도 전부 그거였다. 크로나를 너무 오래 혼자 뒀다. 달에 닿기 위한 준비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모두가 최선을 다..
소설/장르 작업
[프로세카/츠카에무] 星空オーケストラ
빙글빙글 도는 관람차, 내가 사랑하는 세계를 높이서 우뚝 장식해 왔던 놀이공원의 아이덴티티. 어릴 적엔 그 관람차 안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너무 커서, 이곳을 한없이 돌아다녀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도 둘러볼 곳은 아득히 많을 거고, 관람차 또한 몇 번이고 타도 별하늘처럼 끝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 관람차를 애써 무시해 왔다. 정말로 소중한 세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아서 늘상 등 뒤에 둔 채로 스테이지에만 매달리면서. 그러니까, 그 날의 기억은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 츠카사 군이 어디까지 눈치챘을지 생각하는 일조차 두려워서, 눈을 질끈 감고 관람차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했다. 지금의 관람차는 그때 같지도 않고,..
소설/장르 작업
[프로메어/갈로리오] 갈로! 너, 연애하지!
찰칵거리는 소리를 내곤 곧바로 타이핑하는 데 여념이 없는 갈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레미가 아이나에게 어떤 말을 수근거렸다. 그러자 아이나도 끄덕였고, 둘의 수근거림을 들은 루치아가 동의의 뜻을 내비치자 배리스도 그제야 그들의 대화에 꼈다. 버닝 레스큐 전원이 아예 갈로를 빤히 응시하는 동안, 갈로 티모스는 자신한테 오는 시선일랑 꿈에도 생각 못 한 채로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파란 머리카락 아래로 늘 씩 웃던 표정이 텀을 두고 시시각각 움직였다. 한 번은 그가 으레 짓는 표정처럼 훗 하는 미소가 지나갔고, 그 다음엔 양 눈썹을 가운데로 모으고 골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고 나선 히죽거리는 요상한 웃음을 연신 짓더니, 곧 다시 진지하게 무언가에 열중했다. 갈로가 그러기 시작한 건 하루이틀 사이 일..
비소설
『청의 엑소시스트』 메피스토펠레스 캐해석
※이 글은 청엑 27권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마침내 사탄이 부활했다. “자신이 사탄을 보았기에 그가 부활한 것”이라고 하는 유키오에게 라이트닝은 그렇지 않다고, 사탄의 부활은 어른들의 실수라고 말한다. 메피스토 또한 “사탄을 쓰러뜨리면 세계가 일그러지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플랜B다.” 라고 말하나, 정작 사탄을 후려갈기자는 27권 마지막의 그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 즐겁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혼자만 짓는 표정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메피스토는 처음부터 사탄을 쓰러트리고자 했으며 플랜B를 처음부터 목적으로 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연출을 감안했을 때도 그럴 확률이 높으며, 9권에서 린이 각성했을 때 “동족 살해를 천명으로 삼은 푸른 ..
가사 번역
Ständchen : 세레나데
I spent my life suffocating, ignoring villains living inside me. Oh, my guilt is never-fading. It forever lives on under my skin, killing me from within. 나의 삶은 질식 속에 있고 내 안의 악을 외면하는 데 쓰이네 아, 나의 죄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숨 쉬며 살아가네 내 피부 아래서, 내 심장 안에서 나를 죽여 가며. Will you stay a part of me for the rest of my life? You tighten your grip like shackles on both my wrists. Will you stay a part of me for the rest of ..
운문
[갈로리오] 얼음열의 감각
섬광 혹은 눈물처럼 훑고 지나가는 열기 피부 끝에서부터 혈관을 타고 몸을 전율케 한다 그 속 얄팍하기 짝이 없는 한 개인으로부터 세상을 짊어지는 어깨를 본다 정의를 찾고, 영혼을 불태우고, 슬픔으로 얼어붙은 모습. 아주 뜨거운 불의 온도는 영하의 얼음과도 같다고 했다 그 온도를 감각한다 정의의 온도, 열의의 온도, 슬픔의 온도 그리고 열망한다 차갑게 데워주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