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관측소 conspic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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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
관계를 해석하기에 앞서 관계를 이루는 인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에, 빈센트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고자 합니다. 주신 자료들을 보자마자 빈센트의 인생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빈센트는 배경설정만 보면 슬리데린이려나? 싶은데, 실제로는 후플푸프죠. 이는 승리를 손에 넣고야 말 정도로 노력하는 것도, 패배에서 쓴맛을 느낄 정도라 이를 싫어하는 것도 가문의 후계자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야만 한다는 강박과 의무감에서 기인할 뿐 빈센트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무와 짐을 떼고 보면 빈센트는 꽤 자상하고 아량 넓은 사람이지 않을까 해요. 여느 후플푸프가 그렇듯이요. 불가피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리데린이 아니라 후플푸프라는 것도 이 추..
R은 밀레시안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이 가장 확고한 인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밀레시안이라는 건 사람의 그룹을 뜻하는 말이잖아요? 식물의 군집이나 동물의 종과 달리 사람은 저마다 개별개체이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특정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장담하긴 어렵고요. 다난의 세계를 살아가는 밀레시안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개별성, 특징성이 도드라지지요.그러니 R이 ‘R’이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보유한 게 아니라 ‘밀레시안’이라는 점이 더 부각된다는 건 달리 말해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기 있는 R은 물론 R이지만, R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R이라고 불리는 밀레시안이 있을 뿐.’따라서 R을 이야기하려면 우선적으로 다른 인물들을 경유해 가며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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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나이트 코드에서 메인 스토리, 카네이션 리콜렉션, 시크릿 디스턴스, 그리고 지금, 리본을 묶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함께 힘내 봅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해, 미즈키의 개학식에서. 중학생 카나데와 당시의 아버지에게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카나데의 유년시절은 평범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그게 슬픔의 원인이 되기보다는 행복한 추억 그 자체로 남아있을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고 안온한 나날이었습니다. 한편, 미즈키의 유년시절은 미즈키의 중학교 3학년 시절만 봐도 그렇지 못했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설령 평온했더라도 게임 내에서 일찌감치 나오고 전개될 수 있던 카나데에 비할 순 없었겠지요. 그러나 공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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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 설정이 존재하는 신청자 분의 박사가 켈시와 어떤 관계일지 서사를 구체적으로 빌딩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 켈시 라이브2D 스킨 대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둘 다 한국 서버 인게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이 유약한 나머지 대체로는 선하지만 때로는 비겁하고 그래서 악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박사를 보며, 켈시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과연 어디까지 항해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계산하고 가늠했을 것 같습니다. 박사가 선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미야와 동시에 그에 준하는 위치를 맡고 있고, 테레시아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과거를 어찌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의 항해에는 박사가 ‘테라를 위한 결정’을 변수 없이 내려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사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않을..
※이 글은 청엑 27권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마침내 사탄이 부활했다. “자신이 사탄을 보았기에 그가 부활한 것”이라고 하는 유키오에게 라이트닝은 그렇지 않다고, 사탄의 부활은 어른들의 실수라고 말한다. 메피스토 또한 “사탄을 쓰러뜨리면 세계가 일그러지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플랜B다.” 라고 말하나, 정작 사탄을 후려갈기자는 27권 마지막의 그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 즐겁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혼자만 짓는 표정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메피스토는 처음부터 사탄을 쓰러트리고자 했으며 플랜B를 처음부터 목적으로 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연출을 감안했을 때도 그럴 확률이 높으며, 9권에서 린이 각성했을 때 “동족 살해를 천명으로 삼은 푸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