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관측소 conspicil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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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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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서버 유저이기에 영문 표기가 병행된 부분은 본문의 워딩을 인용하였음을 의미합니다. 루멘은 스툴티페라 나비스(이하 우인호)에 등장했을 때부터 국적 정체성이 중요한 키워드였던 캐릭터입니다. 평생 나고 자란 땅에서조차 조르디 폰타나로사 개인보다는 에기르인이라고 인식되고 그에 따른 환경과 삶을 살았으니까요.하지만 무엇이 에기르인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육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고, 에기르 자체도 타국과 교류가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심지어 우인호 스토리가 진행된다고 해서 루멘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내적 갈등과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무엇이라도 상황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바라며 그 바람을 행동으로 실천함으로써 촉발된 루멘의..
초봄은 아직 춥다.글로벌 세계는 이상기후라더니, 일본도 예외 없이 3월 중순이 무색하게 찬바람에 귀가 아리고 손발이 조금 찼다. 걸어다니며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좋지 않은 만큼 목에 두른 머플러 끝을 조금 더 당겼다. 장갑을 낄 정도로 유난 떨 날씨까지는 아니었으니, 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전자기기를 만지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손 안에 든 스마트폰 속 시계가 뉴욕이 새벽 5시 10분임을 가리켰다. 베를린은 오전 11시 10분, 시드니는 오후 9시 10분, 아크라는 오전 10시 10분. 어떤 곳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쌀쌀하기도 했고, 어떤 곳은 구름만 잔뜩 끼었을 뿐 춥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떤 곳은 이제야 여름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그 작은 아이콘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눈앞으로 시선을 들었다. 저녁노..
미즈키는 해질녘이 특유의 주홍빛을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빛내고 사그라지는 광경을 바라봤다. 세상에서 가장 큰 처마나 다름없는 하늘을 온통 제 색으로 물들이던 때의 노을은, 그 색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꼭 영원할 것만 같았고 그 순간만이 전부인 양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고 미즈키는 그걸 잘 알았다.이미 흩뿌려졌으니 되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던 주홍빛은 반드시 서녘 하늘로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서늘하고 새까만 밤이 노을이 있던 자리를 밀어내고 그것보다 훨씬 긴 시간을 한가득 차지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긴 밤조차 새벽이 다가오면 어슴푸레한 서광에 떠밀려 차츰 사라지도록 정해져 있었다.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었다. 절대로. 모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은 반드시 사라지고 끝이 났다..
관계를 해석하기에 앞서 관계를 이루는 인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에, 빈센트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고자 합니다. 주신 자료들을 보자마자 빈센트의 인생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빈센트는 배경설정만 보면 슬리데린이려나? 싶은데, 실제로는 후플푸프죠. 이는 승리를 손에 넣고야 말 정도로 노력하는 것도, 패배에서 쓴맛을 느낄 정도라 이를 싫어하는 것도 가문의 후계자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야만 한다는 강박과 의무감에서 기인할 뿐 빈센트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무와 짐을 떼고 보면 빈센트는 꽤 자상하고 아량 넓은 사람이지 않을까 해요. 여느 후플푸프가 그렇듯이요. 불가피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리데린이 아니라 후플푸프라는 것도 이 추..
R은 밀레시안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이 가장 확고한 인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밀레시안이라는 건 사람의 그룹을 뜻하는 말이잖아요? 식물의 군집이나 동물의 종과 달리 사람은 저마다 개별개체이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특정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장담하긴 어렵고요. 다난의 세계를 살아가는 밀레시안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개별성, 특징성이 도드라지지요.그러니 R이 ‘R’이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보유한 게 아니라 ‘밀레시안’이라는 점이 더 부각된다는 건 달리 말해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기 있는 R은 물론 R이지만, R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R이라고 불리는 밀레시안이 있을 뿐.’따라서 R을 이야기하려면 우선적으로 다른 인물들을 경유해 가며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